③ 공장 안의 숨은 낭비: 자동화 전에 무엇을 측정해야 할까

최종 수정일: 9월 27일
시즌 1 · 생산성 혁명의 시작
최호순 · 한국어 원문 최초 발행 2026년 7월 5일

지게차는 계속 움직이고, 작업자는 작업대 사이를 오간다. 생산관리자는 또다시 긴급 자재 요청 전화를 받는다.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면 공장은 빈틈없이 돌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출하는 밀리고, 잔업은 반복되며, 다음 투자안에는 인력 충원과 설비 증설이 올라온다.
이때 확인할 것은 바쁜 활동이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내는가다. 어떤 일은 주문을 완성하고, 어떤 일은 품질과 안전을 지킨다. 또 어떤 일은 정보 누락, 불안정한 자재 공급,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작업을 수습하는 데 쓰인다.
한국 공장을 검토하는 해외 기업에도 이 구분은 중요하다. 현장이 분주하다는 사실만으로 로봇이 필요한 이유나 투자 타당성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개선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나누어 보아야 한다.
낭비의 종류를 구분해야 처방도 달라진다
전통적인 린 생산의 낭비 분류는 일곱 가지다. 사람의 지식과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는 이후 추가된 여덟 번째 관점이며, 운반이나 동작을 대신하는 항목이 아니다. 아래 분류는 Lean Enterprise Institute의 7대 낭비 설명과 여덟 번째 낭비에 관한 설명을 바탕으로 하되, 관찰 질문은 이 글의 현장 적용 예시로 정리했다.
관찰 관점 | 현장에서 확인할 질문 |
과잉생산 | 다음 공정이 필요로 하는 시점보다 일찍, 또는 필요한 양보다 많이 생산을 지시하는가? |
대기 | 작업자·설비·주문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운반 | 자재가 다음 작업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중간 보관 장소를 거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과잉처리 | 반복 입력·승인·추가 가공의 결과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가? |
과잉재고 | 수요와 보충 조건에 비추어 필요한 완충 수준을 넘는 재고는 무엇인가? |
불필요한 동작 | 작업자가 물건을 찾거나, 무리하게 손을 뻗거나, 가지러 걸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불량과 수정 | 문제가 발생한 공정과 발견된 공정은 각각 어디인가? |
역량 미활용 — 추가된 여덟 번째 관점 | 시간과 개선 권한이 주어지면 현장 작업자가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반복 문제는 무엇인가? |
직접 생산이 아닌 활동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안전 점검, 추적성 확보, 타당한 품질 확인은 반드시 필요한 통제일 수 있다. 린에서도 현재 조건에서 불가피한 활동과 제거할 수 있는 낭비를 구분한다. 시간표를 짧게 만들기 위해 통제를 없애기보다, 필요한 목적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반복을 줄여야 한다.
이동: 사람의 동작과 화물의 운반을 따로 본다
작업자가 부품을 찾으러 걷는 문제와, 지게차가 그 부품을 세 곳의 보관 장소로 옮기는 문제는 다르다. 앞의 문제에는 작업장 배치나 부정확한 위치 정보가, 뒤의 문제에는 공정 배치·작업 방출 기준·인도 장소의 준비 상태가 관련될 수 있다. 운반 속도가 빠른 장비를 구매해도 첫 번째 문제는 남고, 두 번째 문제의 불필요한 이동만 빨라질 수 있다.
반복되는 운반 한 건을 골라 요청부터 인도까지 따라가 보자. 출발지와 도착지, 운반 단위, 상하차 단계, 중간에 멈추는 이유를 기록한다. 운반을 요청했을 때 도착지가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도 확인한다. 지게차가 바쁜 이유가 계획된 보충인지 반복되는 긴급 호출인지, 운행 횟수만으로는 알 수 없다.
대기: 시간을 세되 절감액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5분 정도 기다렸을 뿐”이라는 설명으로는 원인을 찾기 어렵다. 누가 무엇을 기다렸는지,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서 대기가 끝났는지를 남겨야 한다. 자재 부족, 검사 승인 지연, 작업지시 누락, 후공정 적체는 각각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
가정 예제를 보자. 작업자 5명이 각각 하루에 5분씩 20회 기다렸다면 총 대기 공수는 500인·분이다. 그러나 매번 다섯 사람이 동시에 기다렸다면 실제 경과한 대기시간은 100분이다. 같은 사건으로 설비도 멈췄다면 그 설비 정지는 별도로 분석할 정보이지, 자동으로 더해지는 추가 금전 손실은 아니다.
이 관찰만으로 인건비 절감액, 매출 손실, 추가 판매 가능 생산량을 확정할 수는 없다. 해당 공정이 실제 출하를 제한하는지, 이후에 작업을 만회했는지, 확보한 시간을 다른 생산이나 개선에 쓸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사람의 시간과 공정의 시간을 각각 관리해야 중복 계산을 피할 수 있다.
재고: 무엇을 막아주는 완충인지 묻는다
수요나 보충 일정의 변동을 견디기 위해 재고가 필요할 수 있다. 확인할 것은 각 재고가 어떤 불확실성에 대비하는지, 그 양이 여전히 적절한지다. 품질 승인을 기다리는 팔레트는 현장에 있어도 당장 생산에 쓸 수 없을 수 있다. 특정 공정 앞에 쌓이는 반제품과 조달 기간이 긴 부품의 계획된 예비재고도 같은 처방을 적용하기 어렵다.
수량과 함께 재고 상태, 체류 기간, 사용량, 보충 기간, 위치 정보의 정확성을 살펴보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생산품인 재공품은 공정 사이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도 확인한다. 한 번의 현장 순회에서 본 적체만으로 지속적인 병목을 단정하지 말고, 교대와 품목 변경에 따라 줄고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해야 한다.
개별 설비의 가동률이 높아도 과잉생산 때문에 적체가 커질 수 있다. 창고를 넓히기 전에 생산 묶음의 크기와 작업 방출 기준, 다음 공정의 실제 수요를 검토하자. 재고가 흡수하던 변동을 해결하지 않은 채 수량만 줄이면 개선 대신 결품이 발생할 수 있다.
반복 작업과 재작업: 목적과 발생 지점을 확인한다
종이에 적고, 엑셀에 옮기고, 다시 시스템에 입력하는 업무는 우선 살펴볼 만하다. 다만 세 기록이 서로 다른 통제 목적을 가질 수도 있다. 어떤 정보를 누가 관리하고 누가 사용하는지 먼저 연결해 보자. 그런 다음 기준이 되는 원본을 정하고, 안전하게 없앨 수 있는 중복 단계를 구분한다. 세 기록을 그대로 전산화하면 원래의 불일치도 함께 옮겨갈 수 있다.
불량은 발생한 곳과 발견된 곳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품목, 공정, 자재 로트, 관련 운전 조건, 이후의 격리·재작업 내용을 기록하면 반복되는 조건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 공정의 검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더 많이 발견해도 재발을 막지 못할 수 있다. 매일 예외 상황을 처리하는 작업자를 원인 확인에 참여시켜야 관리 보고서에 담기지 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현장 순회를 검증할 수 있는 기록으로 바꾼다
첫 방문은 질문을 찾는 출발점이다. 교대, 제품 구성, 물량 집중 시기, 예외 상황을 포함하는 대표적인 관찰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처음에는 다음 정도의 간단한 기록으로 시작할 수 있다.
기록 항목 | 확인하려는 것 |
발생 시각·위치·품목 또는 화물·교대 | 사건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는가 |
시작과 종료·영향받은 인원과 설비 | 경과시간과 자원별 시간을 구분했는가 |
관찰된 발생 조건·대기가 풀린 조건 | 확인된 사실과 추정 원인을 나누었는가 |
반복 빈도·후공정에 미친 영향 | 바쁜 작업대 밖에서도 문제가 이어지는가 |
임시 조치·담당자·조치 후 확인 | 제안한 변경이 원인을 줄였는가 |
우선순위는 반복 빈도, 지속시간, 품질·안전 영향, 납기와의 관계로 정한다. 중요한 인계 지점에서 반복되는 한 가지 문제가, 여러 곳의 작은 불편보다 먼저 해결할 대상일 수 있다.
한국 프로젝트에서는 데이터의 뜻부터 맞춘다
해외 본사, 한국 공장, 장비 공급사가 같은 용어를 다르게 사용할 수 있다. ‘사용 가능한 재고’에 품질 보류 물량이 포함되는가? ‘사이클타임’에 자재 보충과 품목 전환이 포함되는가? 정지시간은 처음 작업이 끊긴 시점부터 재는가, 정비를 요청한 시점부터 재는가?
견적이나 개선안을 비교하기 전에 한·영 공통 관찰표에서 정의를 맞추자. 공정 변경 승인권자, 연동 데이터의 관리 주체, 한국의 실제 가동 시간에 수입 장비가 멈췄을 때 대응할 담당자도 정해야 한다. 운전 지침, 교육, 서비스 지원, 관련 예비부품의 확보 조건은 제안 공급사에 확인할 항목이다.
이 질문들은 모든 한국 공장이 같다는 전제가 아니다. 해외팀이 현장의 실제 제약과 보고 방식의 차이를 구별하고, 한국 운영팀이 검토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만드는 데 필요한 확인 사항이다.
단순화할 일부터 정하고 자동화할 일을 고른다
먼저 위치 관리, 자재 보충 요청 기준, 작업 방출 조건, 표준 작업지침을 개선해볼 수 있다. 그다음에도 반복되는 과제에 대해 수작업 개선, 고정식 운반설비, 무인운반차(AGV), 자율이동로봇(AMR) 등을 조건에 맞게 비교한다.
하중과 화물의 편차, 인계 조건, 사람·차량의 혼재, 바닥 상태, 예외 복구, 유지보수는 적용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 안전 위험 검토와 검증은 처음부터 프로젝트에 포함해야 한다. 자동화만으로 사람과 차량이 함께 다니는 통로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장비나 인수 기준을 정하기 전에는 현장 실측과 적절한 기술 검토가 필요하다.
투자 검토를 시작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분명한 문제 정의다. 무엇이 반복되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고객과 납기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무엇으로 개선을 확인할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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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순 | HOSOON CHOI ·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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