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 오피니언] 글로벌 화학기업의 한국 물류창고 신뢰 부족 분석 및 정책 제언
- HOSOON CHOI

- 7월 9일
- 18분 분량
Published on : July 08, 2025
Author 최호순 (물류전략전문가 | 물류관리사, 보세사, PMP, MBA)
데이터로 말하는 물류" - Insight from Korea's Strategic Logistics Frontline

Executive Summary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공급망 파트너 선정 시 안전성, 규제 준수, ESG 대응 능력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 그러나 한국의 화학물류 창고는 노후화된 인프라, 경직된 규제, 부족한 ESG 기반, 미흡한 보험체계로 인해 글로벌 신뢰 획득에 실패하고 있다. 특히 위험물·유해화학물질 보관에 필수적인 인증 체계와 실시간 모니터링, 자동화 설비는 일부 대기업 중심에 한정되어 있고, 다수 중소 창고는 여전히 수작업 중심 운영에 머물러 있다.
본 보고서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왜 한국 물류 인프라를 기피하는지를 심층 진단하고, 한국이 국제 공급망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혁신 로드맵(제6장)을 제안한다.
핵심 제언은 다음과 같다:
규제샌드박스 도입: 위험물 보관·취급량 제한, 건축물 높이 규제 등 창고 운영 제약 요소를 완화해 유연한 물류 대응체계 구축
화학물류 ESG 인증제 도입: 위험물 물류센터에 특화된 ESG 평가체계 도입을 통해 국제 입찰경쟁력 확보
정부 보증형 보험 모델 구축: 창고 화재 등 재해 대비를 위한 공공-민간 연계 위험분산 시스템 설계
스마트·친환경 창고 투자 인센티브: 자동화·에너지 효율·위험물 관리 역량에 대한 보조금, 세제, 금융 지원 강화
화학물류 클러스터 지정: 규제특례와 인프라를 결합한 전문창고 집적 단지 조성으로 글로벌 대응력 강화
본 리포트는 정부 정책결정자, 외국계 화학기업의 국내투자 관계자를 주요 독자로 설정하며,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와 함께 구체적인 실행안 및 리스크 대응 체계까지 포함한 전략적 로드맵을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아시아 공급망 허브로서 글로벌 화학기업의 신뢰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창고 물류 부문이 규제와 기술, ESG의 삼각 균형을 갖춘 전략 산업으로 재 정의되어야 한다.
1장: 서론
한국은 세계적인 석유화학·정밀화학 산업의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한국 내 물류창고와 유해물질 보관물류에 대해 충분한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화학제품의 안전한 보관·유통 인프라는 산업 생태계에 필수적이며, 작은 사고도 지역사회 환경과 기업 브랜드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최근 ESG 경영이 세계 기업 활동의 기본으로 부상하면서, 제품 생산부터 물류까지 전 과정에 걸친 사회·환경 책임 이행이 강조되고 있다 cello-square.com. 글로벌 화주기업들은 공급망 안정성은 물론 각국의 물류 서비스가 자사 ESG 철학에 부합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cello-square.com, 이러한 기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 진출과 투자 결정에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이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한국 물류창고를 신뢰하지 못하는 구조적·제도적 원인을 심층 분석한다. 국내 물류산업 구조의 한계, 전문 위험물 창고 인프라 부족, ESG 기반의 안전관리 부재, 경직된 유해화학물질 규제 등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러한 신뢰 장애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제6장 혁신 로드맵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 인증·ESG 레이블링, 재정지원 인센티브, 보험연계 위험관리, 지역특화 물류클러스터 조성 등의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제시한다. 본 보고서는 환경부·산업부·국토교통부 등 정책입안자와 한국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글로벌 화학기업 경영진 모두에게 유용한 인사이트와 추진 로드맵을 제공할 것이다.
2장: 글로벌 화학물류 동향과 한국의 현황
2.1 글로벌 화학물류의 요구 수준
화학산업의 특성상 물류 단계에서도 고도의 안전성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된 화학제품을 각 지역 물류거점의 창고에 보관·분배하며, 이 과정에서 완벽한 재고관리와 안전 관리, 가시성 확보를 중시한다 cello-square.com. 최근 다국적 화주들은 물류 파트너 선정 시 ISO 인증 등 국제표준 준수 여부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콜드체인, 위험물 등 취급이 까다로운 제품의 경우 ISO 인증을 받은 물류기업만이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얻거나 유리한 평가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cello-square.com. 이는 곧 글로벌 표준 수준의 안전·품질 시스템을 갖춘 물류창고만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인정받음을 의미한다. 또한 다국적 화주들은 물류 효율성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 측면의 요구도 높이고 있다. 공급망 전반에서 탄소저감, 친환경 포장, 작업장 안전 등 ESG 경영 철학을 충족시켜 줄 것을 각국 물류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cello-square.com. 정리하면, 안전(Safety)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결합된 높은 기준이 현재 글로벌 화학물류의 동향이라 할 수 있다.
2.2 한국 물류창고 산업의 구조와 전문성
한국의 물류산업은 그동안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국내 화주 기업들은 여전히 자체물류(자가 물류)나 2자물류에 크게 의존하고, 물류기업은 영세한 편이며, 화주에게 신뢰를 줄 만한 수준의 3자물류(3PL) 기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econovill.com. 특히 세계적 물류기업과 견줄만한 전문성을 갖춘 국내 3PL이 드물어, DHL·DB쉥커와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 수준의 서비스를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물류 분야의 약점은 화학물류 분야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과거 국내 위험물 전문창고 인프라의 취약성은 여러 자료에서 확인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3년 기준 전국에 운영 중인 위험물 창고가 34개 남짓에 불과했고, 이 중 25개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었다 ksg.co.kr. 이는 국내 유통되는 막대한 양의 위험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며, 시설 관리 역시 거의 무방비 상태에 가까웠다고 평가된다 ksg.co.kr. 당시 위험물 저장시설에 대한 감독은 소방서와 지방환경부서가 맡았으나, 관리감독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눈 가리고 아웅’식 관행이 굳어져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ksg.co.kr. 이러한 상황은 곧 국내 위험물 물류 인프라의 열악함을 방증하며,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창고를 선뜻 신뢰하기 어려운 배경이 되었다.
물론 2000년대 이후 정부도 종합물류인증제 도입(국토교통부) 등 물류기업 육성을 시도했고, 몇몇 대형 물류사들은 스마트물류센터 구축과 ESG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klnews.co.kr. 그러나 화학물류 분야의 전문성 측면에서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많다. 위험물 취급 가능 창고의 절대적 부족, 데이터 기반 관리 시스템 미비, 전문인력 부족 등이 계속 언급된다. 정리하면, 글로벌 시장의 높아진 요구 대비 한국 물류창고 산업의 준비도와 전문성은 아직 격차가 있으며, 특히 화학제품 보관 분야에서 그 간극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3장: 글로벌 화학기업의 한국 물류창고 불신 요인 분석
본 장에서는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한국의 물류창고를 신뢰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되는 주요 요인을 구조적·제도적 측면에서 분석한다. ① 전문 위험물 창고의 부족, ② ESG 및 위험관리 체계의 미흡, ③ 유해화학물질 규제의 경직성과 복잡성의 세 가지 축으로 구분하여 살펴본다.
3.1 전문 위험물 창고와 인증된 시설의 부족
한국에서 산업용 화학물질을 전문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인증된 물류창고는 매우 한정적이다. 전용 위험물창고가 극히 적고, 있다 하더라도 수도권 등에 편중되어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크다 ksg.co.kr.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00년대 초반까지도 전국 위험물창고가 수십 곳에 불과했으며, 이후 시간이 흐르며 다소 증가했으나 여전히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ksg.co.kr.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영업용 위험물 전용창고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언급하며, 특히 Class 4(인화성 액체류) 중 위험도가 높은 3석유류 이상과 Class 5(산화성 물질류) 창고가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ksg.co.kr. 실제로 위험물 비중이 큰 외국계 화학회사 지사들은 자체 물류거점 인근에 위험물 창고를 확보하려 애쓰지만, 적절한 창고를 찾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ksg.co.kr. 국내 일반 창고에 대한 종합 정보 DB도 부족하여, 각 기업 조건에 맞는 위험물창고를 물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있다 ksg.co.kr. 이처럼 전문 보관시설의 부족 그 자체가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물류 불신을 야기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다.
시설 부족의 원인으로는 까다로운 인·허가 요건과 낮은 사업성 등이 꼽힌다. 현행 법령상 위험물 취급 시설을 신축·증축하려면 소방·환경 관련 인허가를 모두 충족해야 하며, 특히 옥내 위험물저장소의 시설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엄격한 규제가 신규 창고 진입을 어렵게 만들어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 ksg.co.kr. 실제 한 위험물물류기업 담당자는 “시설 기준이 까다로워 신규 진출 시 어려움이 많다”며 “행정절차 간소화와 시설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sg.co.kr. 또한 위험물창고를 법 기준에 맞추어 설계·운영하면 투자비 대비 수익 확보가 쉽지 않은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ksg.co.kr. 규정을 충실히 지킬수록 각종 안전설비 투자와 운영비용이 상승하지만, 화주들은 위험물 보관료 인상에 민감하여 창고업체가 제 값을 받기 어렵다 ksg.co.kr. 이로 인해 많은 물류기업들이 위험물 전용창고를 따로 운영하기보다, 일반 창고에 부수적으로 위험물 일부를 취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성을 맞추곤 했다 ksg.co.kr. 요컨대 엄격한 시설 규제→창고 공급 부족→높은 운영비용→사업성 저하의 악순환이 전문 창고 부족의 배경이다.
그 결과 현장에서 종종 불법·편법 운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 사업자는 정식 인허가를 받지 않은 채 공터(야적장) 수준에서 위험물을 보관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ksg.co.kr. 실제 “지금도 곳곳에 법을 무시한 위험물 야적이 빈번”하다고 보도되며, 정부의 감독 강화와 함께 근본적으로 창고시설에 대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ksg.co.kr. 이처럼 제대로 갖춰진 인증 위험물창고의 희소성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 내 물류 거점을 확보할 때 “신뢰할 만한 파트너 시설이 없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 시장 진출 또는 확대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들어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전문 위험물물류시설을 확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경기 기흥에 들어선 D물류사의 위험물 전용창고는 4류·5류 및 유독물 전담 창고로 가동 중이며, 해당 창고가 가동되자 한 외국계 A사는 국내에 분산 보관하던 전 물량을 모두 그곳으로 이전하는 등 수요가 몰리고 있다 ksg.co.kr.
이러한 사례는 수준 높은 전문 창고에 대한 시장 수요가 실제로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가 차원의 제도 보완과 공급 확대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본 장의 결론이다.
3.2 ESG 기반의 안전관리 및 위험관리 체계의 미흡
두 번째 불신 요인은 ESG 및 체계적 위험관리 시스템의 부재이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물류 파트너를 선정할 때 단순 비용이나 위치만 보지 않는다. 환경(Environment), 안전(Safety), 거버넌스(Governance) 측면에서 자사 수준에 맞는 체계를 갖췄는지가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물류창고 업체들은 아직 이러한 ESG 경영 시스템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한 실정이다.
우선 환경·안전 관리 측면에서, 다국적 화학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BASF 코리아의 물류팀 담당자는 “창고 계약 시 BASF의 위험물 관리 가이드라인 준수와 본사 Distribution Safety 부서의 현장 실사를 반드시 거친다”고 밝힌 바 있다 ksg.co.kr. BASF는 국내 아웃소싱 창고의 설비 개선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였으며, 보관품 손실이나 화재 위험에 대비한 보험도 독일 본사의 보험사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ksg.co.kr. 이처럼 글로벌 기업은 자체 기준에 부합하도록 물류업체를 일일이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은 직접 투자나 외국 보험을 통해 메꾸는 실정이다. 그 이유에 대해 BASF 측은 “화학제품 보관·운송은 환경문제와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므로, 비용이 들더라도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밝히고 있다 ksg.co.kr. 이는 곧 한국 내 다수의 물류창고들이 아직 글로벌 기업의 환경·안전 기준(ESG 요구)을 선제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창고업계 전반의 산업안전 및 위험관리 수준도 글로벌 시각에서는 부족하게 보일 수 있다. 과거에는 위험물 창고에 대한 정기적인 외부 안전검사 규정조차 없었고, 사업자가 자체점검 후 보고만 하면 되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했다 ksg.co.kr. 한 소방 관계자는 “위험물 창고에 관한 정기점검 규정이 없고 대부분 자체점검 결과를 보고하는 절차로 관리된다”며, 이로 인해 현장 안전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ksg.co.kr. 즉, 법적 사각지대 속에 사업자 자율에 맡겨진 부분이 많았고, 이를 보완할 지원책은 부족했다 ksg.co.kr.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기업의 안전관리 의무가 한층 강화되었으나, 영세 물류창고업체가 자체적으로 글로벌 수준의 위험관리 시스템(예: 실시간 화학물질 모니터링, 자동화 방재설비, 전문인력 상주 등)을 구축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보험 및 사고 대응 체계의 미비도 중요한 부분이다. 위험물 취급 특성상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클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위험물 창고에 대한 보험 가입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한 외국계 화학회사 담당자는 “국내 보험사들은 위험물 보험을 선뜻 받아주지 않는 경향이 있어, 외국계 보험사를 접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ksg.co.kr. 실제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 한국법인은 수입 원자재를 국내 전용창고로 옮기면서 “남은 과제가 보험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위험물 보관 리스크를 꺼리는 반면 외국계 보험사는 비교적 긍정적이라 협의 중이라는 것이다 ksg.co.kr. 이처럼 국내 보험 시장에서의 위험물 보관리스크 관리 미비는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불안 요소다. 만약 창고 화재나 유독물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충분한 보험금으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명확한 시스템이 부족하면 신뢰 형성이 어렵다.
또한 글로벌 기업 내부적으로도 해마다 안전 기준을 높이고 있다. 에어프로덕츠는 “해마다 자사 가이드라인이 엄격해짐에 따라 직원 교육과 창고 관리에 더 신경쓴다”고 밝히고 있다 ksg.co.kr. 그러나 이러한 강화된 내부 기준을 국내 물류 파트너사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결국 글로벌 기업은 한국에서 자체 시설을 구축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종합하면, ESG 요소와 리스크 관리의 격차는 외국 기업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한국 정부와 업계가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의 물류창고에서는 안전·환경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인식이 남아, 투자 회피나 거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3.3 유해화학물질 규제의 경직성과 복잡성
세 번째 요인은 제도적 측면에서의 규제 환경이다. 한국의 화학물질 관련 규제는 「화학물질관리법」(환경부 소관), 「위험물안전관리법」(소방청 소관), 「산업안전보건법」(고용부 소관) 등 여러 법률에 걸쳐 다층적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다중 규제 체계는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때로는 부처별 중복규제와 비현실적인 요건으로 현장에 부담을 주어 왔다. 예를 들어, 동일한 화학물질을 보관하는 시설이라도 환경부와 소방청이 각기 다른 기준의 설비를 요구하거나, 한 부처에서 검사를 마친 설비에 대해 다른 부처가 중복 검사를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한국에 창고를 이용하려는 외국기업에도 비합리적이고 경직된 규제로 비춰질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이러한 중복·비효율 규제 개선에 착수했다. 2023년부터 시행된 개정 고시에 따르면, 유사·중복 규제의 상호인정 원칙이 도입되었다. 예컨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운반용기 검사를 받은 경우 화학물질관리법상의 운반용기 검사 요구를 면제하고,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기준에 적합한 차량은 화학물질관리법의 별도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는 등 조치가 이루어졌다 m.ekn.kr. 이러한 조치는 늦었지만 긍정적인 변화로, 과거의 비현실적 이중 규제가 완화되는 방향이다 m.ekn.kr.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관한 국내 법체계 전반은 여전히 절차 중심·사전규제 중심이어서, 기술 발전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민첩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화학물질 취급에 대한 획일적 규제였다. 기존에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은 종류 불문하고 모두 “유독물질”로 규정하여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했다 kita.net. 유해성 정도의 차이나 관리 우선순위가 고려되지 않아, 위험성이 낮은 물질 보관에도 고위험 물질과 동일한 절차를 요구하는 비효율이 존재했다. 2024년 국회를 통과한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유해 화학물질을 급성·만성·생태 유해성 물질로 분류하여 차등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kita.net. 이는 산업계가 오래 요구해온 “위험도 기반 규제”의 방향으로, 뒤늦게나마 규제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이러한 개선 역시 이제 시작 단계로, 현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세부기준 마련과 사업자의 수용 노력이 필요하다.
규제 샌드박스의 부재 또한 한국 화학물류 정책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기술이나 새로운 운영방식을 시험해볼 수 있는 제도적 여지가 과거에는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자동화 로봇을 활용한 위험물 창고 관리, AI 기반 실시간 유해물질 모니터링 등 혁신 기술을 도입하려 해도 현행 규정에 명시되지 않았거나 금지 요소가 있으면 실증조차 어려웠다. 타 분야에서는 이미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한된 범위 내에서 테스트할 길이 열렸는데, 물류 분야에서도 2023년 C사가 액화수소 운송을 위한 특례 승인을 받아 업계 최초로 사업을 시작한 사례가 있다 cargotimes.net. 정부가 이처럼 신사업에 임시 허가를 부여하는 유연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며, 위험물 물류 분야에도 충분히 확대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화학물류 창고 운영 자체를 대상으로 한 규제샌드박스는 전무하여, 새로운 솔루션 도입과 제도 개선 속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했다.
요컨대, 한국의 유해화학물질 관리 규제 환경은 그동안 필요 이상으로 경직되고 기업 친화적이지 못했다. 글로벌 화학회사 입장에서는 “한국에서는 창고 하나 운영하려 해도 규제가 복잡하고 바꿔가며 적용되는 데다, 정작 필요한 유연성은 부족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인식은 곧 시장 불신으로 이어지며, 투자 기피 요인이 된다. 따라서 규제 측면에서의 개선 없이는 앞서 언급한 구조적·관리상의 개선 노력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지를 논의한다.
4장: 정책 개선의 필요성과 기본 방향
앞서 분석한 바와 같이, 글로벌 화학기업의 물류창고 불신은 단순한 인식 문제가 아니라 한국 물류체계 전반의 구조·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향후 첨단화학 소재산업 육성이나 해외투자 유치에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물류 인프라는 외국 기업들이 투자 결정 시 고려하는 핵심 요소이며, 신뢰할 수 없는 공급망 환경에서는 기업들은 한국 대신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의 대체 거점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는 한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투자 기회의 손실로 직결된다.
정책적 개선이 시급한 분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화학물류 인프라의 양적·질적 확충이다. 민간 주도의 자발적 개선만으로는 전문 위험물창고의 공급 부족과 시설 노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가 인프라 투자 촉진 및 기업 지원정책을 가동해 안전한 보관시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둘째, 표준화된 안전·환경 관리체계 구축이다. 국내에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물류창고 인증제와 ESG 관리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는 기업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함과 동시에, 외국 화주들에게 “한국 창고는 인증만 보면 신뢰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게 될 것이다. 셋째, 규제 체계의 혁신이다. 앞서 살핀 규제 경직성을 완화하고, 신기술 도입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촉진하는 유연한 제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샌드박스 활용, 부처 협업을 통한 원스톱 인허가, 위험도 기반 규제 전면 도입 등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정책 추진에 있어 범정부적 협력이 중요하다. 화학물류는 환경, 산업, 안전, 지역개발 등 여러 정책영역이 교차하는 분야다.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 안전을,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경쟁력과 투자유치를, 국토교통부는 물류 인프라를, 소방청은 위험물 안전을 각각 관장하고 있다. 따라서 컨트롤타워를 통한 부처 간 조율, 그리고 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특정 지역에 화학물류 특화단지를 조성하려면 산업부·국토부의 지원뿐 아니라 지자체의 용지 확보와 인허가 협조가 필요하다.
정리하면, 글로벌 화학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은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를 가동해야 한다. 다음 5장에서 제시하는 정책 제언들은 이러한 방향성 하에 마련된 구체 방안들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실행에 옮겨야 할 과제들이다.
5장: 글로벌 화학물류 신뢰 제고를 위한 정책 제언
본 장에서는 앞서 확인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제시한다. 각각의 방안은 규제혁신, 인증·평가제도, 재정지원, 위험관리 인프라, 지역전략의 영역으로 구분되며,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유해화학물류 규제 샌드박스 도입:
위험물 물류 분야에 대한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하여 혁신적인 기술과 운영 모델을 실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화 로봇을 활용한 화학물질 창고 관리, IoT 기반 실시간 누출감지 시스템, AI 예측정비 기술 등 현행 규정에 없거나 제약이 있는 신기술을 특정 조건 하에서 시험 적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이는 창고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일 신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한편, 규제 개선의 근거 데이터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소방청이 협력하여 “화학물류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혁신 서비스를 국내에서 먼저 검증하고, 정부는 필요한 경우 법령을 정비하여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례: 2023년 C사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액화수소 운송을 국내 최초로 허가받아 추진 중으로, 정부 특례 승인으로 안전기준을 시험하면서 업계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cargotimes.net.)
정부 주도의 물류창고 안전인증 및 ESG 인증제 신설:
글로벌 수준의 물류창고 인증 및 등급제를 도입하여 국내 창고의 안전·환경 수준을 가시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칭) “유해물질 물류창고 안전·ESG 인증제”를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이 공동 주관하여 보관시설의 안전장치, 누출감지·소화설비, 환기·온도관리 시스템, 위험물 분류별 구획관리, 종업원 안전교육, 주변환경 보호조치, 사고대응 계획 등 세부 항목에 대한 평가기준을 수립한다.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한 창고에는 등급(예: AA, A, B 등) 또는 인증 라벨을 부여하고, 이 정보를 국내외 화주들이 조회할 수 있는 공식 DB를 구축한다. 이러한 인증을 받은 창고는 “정부가 공인한 우수 물류창고”로서 신뢰도를 획득하게 되어, 글로벌 기업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예컨대, “KChem 인증 창고”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ESG 요소를 가미하여, 에너지 효율 향상(태양광 설치 등), 탄소배출 저감(전기지게차 사용 등), 지역사회 안전기여(주기적 비상대응 훈련 등)에서 모범적인 창고에는 ESG 플러스 인증을 수여하고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 제도를 통해 창고업계 전반의 수준 업그레이드를 유도함과 동시에,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의 물류 인프라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
CAPEX·OPEX 재정지원 및 세제혜택:
전문 위험물 물류시설의 확충과 현대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우선 CAPEX 지원으로서, 위험물 전용창고 신·증축이나 기존 창고의 안전설비 개선에 대해 저리융자, 보조금, 세액공제 등을 제공한다. 예컨대 화학물류 인프라 투자를 신성장동력 시설투자로 분류하여 세액공제율을 상향하고, 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장기 저리의 정책금융을 지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창고업체가 초기 거액의 설비투자 부담을 줄이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음으로 OPEX 지원으로, 위험물 전문인력 채용 및 교육훈련 비용, 안전모니터링 시스템 운영비 등에 대해 정부가 일정 부분 보조하거나 세제 혜택을 준다. 특히 위험물안전관리자 등 법정 자격 인력을 신규 채용할 경우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고, 종업원에 대한 정기 안전·환경 교육 이수 시 교육비 세액공제나 훈련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위험물창고에 필수적인 보험 가입(OPEX의 일부)에 대해서도 보험료 세액공제나 공동 보험료 지원제도를 통해 비용 부담을 경감시킨다. 아울러 민간자본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물류시설 리츠(REITs) 제도를 활용, 위험물창고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리츠에 정책금융 출자를 하거나 세제혜택을 주어 민간 투자+정책 자금이 결합된 펀드 조성도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재정적 지원책은 앞서 지적된 “위험물창고는 수지타산이 어려워 투자 기피” 상황 ksg.co.kr을 타개하고, 양질의 창고 공급 확대를 이끌 마중물이 될 것이다.
보험 연계형 위험관리 시스템 구축:
물류 리스크 관리와 보험을 연계하여 창고 안전 수준을 높이고 기업과 화주의 신뢰를 제고하는 방안이다. 앞서 국내 보험사의 위험물 기피 경향으로 인해 외국계 보험을 찾는 사례가 있었는데 ksg.co.kr,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보험 업계와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인증을 획득한 우수 위험물창고에 대해서는 국내 보험사들이 표준화된 화재·환경사고 보험 상품을 제공하도록 유도한다. 정부는 보험사에 재보험 인수 등을 통해 위험 부담을 분담함으로써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상품을 출시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보험료 할인 제도를 도입하여, 창고업체가 안전투자를 통해 사고위험을 낮추면 직접 보험료 절감 혜택을 얻도록 한다. 예컨대 첨단 화재진압 설비, 누출 감지센서, 자동환기 시스템 등을 갖춘 창고는 위험등급 평가를 통해 보험료를 일정 비율 인하해주는 방식이다. 이는 창고업계의 자발적 안전투자를 촉진하는 경제적 유인이다. 더 나아가, 정부 주도로 “물류위험 공동기금” 또는 배상책임 공제조합을 설립하여 대형사고 발생 시 원인 기업의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피해까지도 신속 보상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화주기업과 지역사회는 “만일의 사고에도 충분한 보상이 확보된다”는 안도감을 갖게 되어 물류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험사들이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험평가 시스템을 도입하여, 각 창고의 위험도를 수치화하고 이에 따라 관리 개선을 권고하는 피드백 체계도 마련한다. 이렇듯 보험을 단순 보상수단이 아닌 위험관리 파트너로 삼으면, 창고 운영자-화주-보험자 간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져 전반적 신뢰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지역별 화학물류 특화 클러스터 조성 및 공간계획:
국가 물류거점별로 화학물류에 특화된 클러스터를 개발하여,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단지는 여수·울산·서산 대산 등지에 밀집해 있고, 수입 화학제품의 관문인 항만은 부산·인천 등이 있다. 이러한 거점별로 맞춤형 화학물류 단지를 조성하면, 보관-운송-유통이 한데 어우러진 전문 허브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산·울산 권역에는 해상운송 입구를 활용한 “동남권 화학물류 허브”를, 여수·광양 권역에는 호남 석유화학벨트를 뒷받침하는 “남해안 화학물류 클러스터”를, 경기·충청권에는 수도권 소비지와 연계한 “중앙 화학물류 센터”를 마련하는 식이다. 이들 클러스터에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용지 확보, 기반시설(진입도로·소방서·방재센터 등) 구축, 인허가 패스트트랙 적용 등을 추진한다. 또한 클러스터 내 입주 기업에는 앞서 언급한 각종 규제특례와 재정 혜택을 패키지로 제공하여, 국내외 투자자를 유치한다.
이러한 특화단지에서는 공동 인프라와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단지 내에 24시간 가동되는 공동 위험물 대응센터를 설치하여 입주 창고들의 사고예방·초동대응을 전담하게 하고, 공동 방재시설(방화수 저장조, 거품소화설비 등)을 갖추어 개별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공동 물류정보시스템(WMS)을 도입하여, 클러스터 내 화학제품 재고와 물동 정보를 실시간 공유·관리함으로써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ksg.co.kr. 실제로 국내 한 석유류 물류센터(판교센터)는 WMS를 통해 고객사와 재고정보를 실시간 연동하여 투명한 재고관리와 안전재고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sg.co.kr. 이러한 선진 사례를 모든 화학물류 클러스터에서 구현하도록 확산시킨다. 아울러 단지별로 특화 분야를 육성할 수 있는데, 어떤 곳은 전자재료·정밀화학 물류, 다른 곳은 석유화학 대량 물류에 집중하는 등 지역별 전문화를 추구한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전문성 축적으로 글로벌 기업에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된다.
지역 특화 클러스터의 성공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싱가포르의 주롱섬(Jurong Island)과 벨기에 앤트워프 항만 등이다. 싱가포르는 정유·화학공장과 물류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단지를 구축하여, 아시아 물류허브로서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wisecret.tistory.com. 특히 싱가포르의 한 물류기업(Yang Kee 그룹)은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주롱섬에 첨단 화학물류허브를 건설,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정부의 토지·세제 지원과 기업의 안전투자 결합으로 이뤄진 성공 모델이다. 한국도 이와 같은 민관 협력형 특화단지 개발을 통해 동북아시아의 화학물류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다섯 가지 정책 제언들은 상호 연계되어 추진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클러스터 조성 시 규제샌드박스 적용으로 혁신기술을 시험하고, 입주 창고에 인증제를 적용하며, 재정·보험 지원을 패키지로 제공하면 안전하고 매력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을 단계별로 구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6장: 혁신 로드맵 – 신뢰 회복을 위한 단계별 실행계획
본 장에서는 앞서 제안한 정책들을 단계별 이행 로드맵으로 정리한다.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하여, 각 시기에 집중해야 할 과제와 목표를 제시한다. 이 로드맵은 정책 우선순위와 실행 속도를 고려하여 수립되었으며, 정부 부처 간 협업과 예산 확보 방안도 함께 담고 있다.
단기 (1~2년): 제도 기반 구축 단계
법·제도 정비: 화학물류 규제샌드박스 제도 도입을 위한 관련 특별법 또는 시행령 개정을 완료한다. 산업융합 및 규제자유특구 관련 법령에 유해화학물류 분야 추가 조항을 신설하고, 신청·승인 절차를 확정한다. 동시에 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 등 관련 규정을 손질하여, 중복검사 면제, 위험도 등급별 차등규제 등의 내용을 조기에 시행한다 m.ekn.kr kita.net .
인증제도 설계: 환경부·국토부·소방청 합동으로 물류창고 안전/ESG 인증제 세부안을 마련한다. 산·학·연 전문가와 외국기업 의견을 수렴하여 인증평가 항목과 기준, 심사 절차, 운영조직을 설계하고, 시범사업 계획을 수립한다. 시범평가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 고시를 제정한다.
재정지원 프로그램 착수: 기획재정부 및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위험물창고 투자 촉진을 위한 세제지원 항목을 단기 경제정책에 반영한다. 예를 들면, 물류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에 화학물류 안전설비를 추가하고 공제율을 높이는 조치를 당장 내년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포함시킨다. 산업부 산하에 화학물류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타당성 검토를 시작하고, 정책금융 기관들의 협조를 얻어 구체적 구조를 만든다.
시범 클러스터 및 특구 지정: 12곳의 후보지역을 선정하여 화학물류 특화 시범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다. 해당 지자체(예: 울산 미포·온산 국가산단 인근, 여수 국가산단 인근 등)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용지 마련과 인허가 지원을 약속받는다. 아울러 1개 지역(예: 부산항 배후단지)을 규제자유특구 시범사업으로 지정하여, “스마트 화학물류 규제자유특구”를 출범시킨다. 이 특구에서 23개의 혁신기술 실증사업(예: AI 위험물 관리플랫폼, 드론 안전순찰 등)을 승인해 즉시 착수한다.
보험협의체 구성: 금융위원회 주도로 주요 손해보험사, 재보험사, 물류업계 대표가 참여하는 “화학물류 보험협의체”를 발족한다. 단기적으로 위험물 창고 종합보험 상품 개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인증제도와 연동한 보험료 할인방안, 정부 재보험 지원조건 등을 설계하도록 한다.
중기 (3~5년): 실행 및 확산 단계
인증제 시행 및 확산: 3년 차부터 물류창고 안전/ESG 인증제를 본격 시행한다. 전국 주요 위험물창고를 대상으로 자발적 신청을 받아 1차 평가를 실시하고, 최초 인증기업(예: 20개사)을 선정·공표한다. 인증 받은 창고 명단을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및 Invest Korea 플랫폼 등에 공개하여 국내외 화주들이 활용하도록 한다. 또한 인증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행정혜택(예: 정기점검 일부 면제, 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 변경허가 간소화 등)을 부여하여 참여 유인을 높인다.
인프라 투자 가시화: 중기 단계에서는 재정지원의 효과가 실물로 나타나도록 한다. 정책금융 및 세제혜택을 바탕으로 민간주도 위험물창고 건립 프로젝트를 다수 유치한다. 예를 들어 해외 물류기업이나 국내 대기업 계열 물류사가 한국에 첨단 화학물류센터를 신설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3~4건 이상의 착공을 이끌어낸다. 또한 기존 노후 창고의 설비개선 사업을 지원하여 사고위험이 높은 시설의 업그레이드를 완료한다. 클러스터 조성의 경우, 단기 계획이었던 시범단지를 실제 착공하여 공동시설 건설 및 기업 입주가 개시되도록 한다. 중기 말인 5년 차에는 적어도 1개 지역 클러스터가 부분 가동을 시작하여, 거점 모델을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규제 개선 지속 및 제도화: 샌드박스 실증 결과를 토대로 화학물질 관련 규제의 상설적 개선을 추진한다. 특구 내 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기술이나 운영방식은 관계법령을 개정하여 전국적으로 허용한다. 또한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정례화하여, 연 1~2회 정기 공모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접수·승인한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 간 화학물류 규제혁신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업계 건의를 수시로 수렴하고 있다. 5년 이내에 “유연한 화학물류 규제 환경”을 공식 선언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고 필요한 안전장치 중심으로 규율체계를 최적화한다.
위험관리 인프라 완성: 중기에는 보험 연계 위험관리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한다. 협의체를 통해 개발된 표준 보험상품을 출시하고, 위험물창고 운영 시 의무가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예컨대 인증 창고는 반드시 해당 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가입 실적을 내도록 한다. 또한 공동기금/공제조합을 설립하여 운영을 개시하고, 참여 기업과 보험사의 신뢰를 확보한다. 이 시기에는 중대 사고 발생 시 신속 보상과 복구 지원이 이루어지는 체계를 시험·보완하여, 향후 장기적으로 완벽히 작동하게 준비한다.
장기 (5년 이상): 정착 및 고도화 단계
동북아 화학물류 허브화 실현: 5년 이상의 장기 관점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화학물류 허브로서 위상을 갖추도록 정책 성과를 극대화한다. 앞서 조성된 각 지역 화학물류 클러스터를 완전 가동하여, 국내외 화학회사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개방형 거점으로 발전시킨다. 필요한 경우 2차, 3차 클러스터 개발도 추진하여 수요 증가에 선제 대응한다. 이와 병행하여 외국인 투자유치를 본격화한다. Invest Korea를 통해 한국의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물류인프라를 대외 홍보하고, 글로벌 화학사 및 물류사의 지역본부·물류센터 유치를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그 결과 해외 유수 기업들의 한국 물류거점 신설 투자가 이어지도록 한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장기적으로는 한층 강화된 ESG 기준과 신기술 도입으로 물류창고 운영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다. 예컨대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창고 에너지원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수소지게차·전기트럭 등 친환경 차량을 도입한다. 또한 AI, 로봇기술 발전에 따라 무인 자동화 위험물창고 등 혁신을 수용할 수 있게 꾸준히 규제와 지원책을 업데이트한다. 위험관리 측면에서는 IOT·빅데이터 기반 예측안전 시스템을 전국에 도입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프로액티브 안전관리를 정착시킨다.
제도 평가와 국제협력: 정책 시행 5~10년 시점에 종합 성과평가를 실시하여 미진한 부분은 개선하고 우수 사례는 확산시킨다. 또한 한국의 선진화된 화학물류 정책을 주변국에 전파하여 국제협력을 추진한다. 예컨데 동북아시아 국가 간 화학물류 안전협약 체결이나 모범 인증 상호인정 등을 통해 지역 전체의 물류 안전망을 강화하는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 이는 한국 인프라의 국제적 신뢰도를 더욱 높이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以上의 로드맵은 이상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지만, 정책 추진 의지와 일관성이 담보될 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일관된 방향으로 차근차근 실행해나가는 것이다. 정부, 산업계, 지역사회가 함께 이 로드맵에 따라 행동한다면, 머지않아 “한국의 화학물류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평판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7장: 결론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한국 물류창고에 대한 신뢰 부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한국 물류산업의 구조적 취약성과 규제체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지표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본 보고서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은 정책 의지와 민간의 노력을 결집하여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화학물류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다행히도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명확하다. 인프라 확충, ESG·안전체계 구축, 규제 혁신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정부가 과감한 정책을 실행한다면, 글로벌 기업들의 인식을 바꾸고 한국을 동북아 화학물류 허브로 부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해외기업을 돕는 것이 아니라, 국내 물류산업과 화학산업의 경쟁력 제고로 직결된다. 안전한 물류체계는 국민 생활과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필수불가결하며, ESG 강화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는 본 보고서의 제언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국가 전략 과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환경부·산업부 등은 제도 개선과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국토부와 지자체는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며, 민간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여 내부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시설이다. 화학기업들이 한국을 신뢰해야 더 많은 물류 거점이 들어서고, 더 많은 물자가 오가며, 경제적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창출된다. 신뢰할 수 있는 물류환경을 구축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끝나는 과제가 아니지만, 오늘의 작은 변화가 모여 내일의 큰 도약을 만든다. 이제 한국은 한 단계 발전된 화학물류 정책으로 안전하고 스마트한 물류 강국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한다면 글로벌 화학기업의 신뢰를 얻는 것은 물론, 한국 물류의 미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최호순 (Hosoon Choi Insight)
Insight from Korea’s Strategic Logistics Frontline
※ 본 기고문은 작성자 개인의 견해이며, 소속 기관이나 조직의 공식 입장 또는 정책과는 무관합니다.
본 내용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 기업·기관·정책에 대한 법적 또는 상업적 해석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HASHTAG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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